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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했다면 일찍 잠자리에...

by SOLVERIAN 2022.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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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 하루를 마무리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속상한 일을 곱씹으며 잠을 못 이룰 수도 있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 하는 마음으로 만사 제쳐놓고 일찍 잘 수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고 나서 일찍 자는 것이 모든 점에서 좋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훌훌 털고 일찍 잔다면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키고 스트레스로 인한 나쁜 감정을 떨쳐버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실험들이 보고된 바 있다. 스트레스를 받은 뒤 일찍 잠에 들 때 일어나는 뇌과학적 원리를 이해한다면 속상한 일이 있었던 날 어떻게 대처할지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영국 대학인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샤오 유·니컬러스 프랭크스·윌리엄 위스덴 박사와 중국 제4군의대학의 하이롱 둥 박사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스트레스를 받고서 자고 있는 생쥐의 두뇌를 연구했다.

먼저 연구진은 스트레스를 받은 생쥐가 정말 잠을 일찍 자는지부터 확인했다. 먼저 생쥐에게 스트레스를 줄 방법이 필요했는데, 연구진은 생쥐 우리에 더 사나운 쥐를 침입시키는 방법을 썼다.

실험 시작 뒤 한 시간 정도 쫓겨다닌 생쥐는 침입자가 사라진 후 곧 잠들었고,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잤다. 연구진은 사나운 침입자가 정말 스트레스를 유발했는지 검증했다. 사나운 쥐에게 쫓겨다닌 정도의 거리를 운동 삼아 달리게 한 경우, 그리고 온순해서 서로 쫓아다닐 필요가 없는 생쥐를 우리에 넣어준 경우를 비교해 살폈다. 이럴 때는 생쥐가 잠을 일찍 자지 않았다. 생쥐는 정말 스트레스 때문에 일찍 잔 것으로 분석됐다.

주목되는 건 스트레스를 받고 일찍 잔 생쥐는 스트레스를 받아 잠을 못 잔 생쥐에 비해 스트레스 호르몬의 수치 감소나 불안 증세의 회복이 빨랐다는 사실이다. 잠을 자야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뜻으로 해석할 만한 대목이다.

이어 연구진은 생쥐 두뇌의 어떤 신경세포가 스트레스로 인한 수면을 유발하는지 연구했다. 보통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 전기적인 변화와 함께 유전자 변화도 일어난다. ‘시 포스(c-Fos)’라는 유전자의 발현 증가가 대표적인 변화의 하나다.

이 점을 활용해서 스트레스를 받은 뒤 자고 있는 생쥐의 두뇌 중 어디에서 시 포스 발현이 많이 증가했는지 연구진은 확인했다. 분석 결과 ‘복측 피개 영역’에 있는 억제성 신경세포 무리가 활성화된다는 점을 알아냈다.

앞서 설명한 시 포스 유전자의 발현을 잘 이용하면 특정 자극이나 상황에 반응하는 신경세포들의 활성을 선택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런 기술을 활용하면 특정 기억이나 감정을 담당하는 신경세포들을 조작해서 적어도 생쥐에서는 영화 <인셉션>처럼 기억을 바꿀 수도 있다.

연구진은 비슷한 기술을 써서 스트레스로 일찍 잘 때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들을 강제로 꺼 보았다. 그랬더니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일찍 자는 현상이 사라졌고, 자고 나서 보이는 스트레스의 회복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 신경세포들이 정말로 스트레스로 인한 수면, 그리고 수면의 순기능에 깊이 관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의 스트레스 대처법이 생쥐의 대처법처럼 단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지난 기억을 되짚는 일은 빨리 끝내고, 낮에 벌어진 여러 가지 일을 알아서 정돈해 주는 잠의 힘에 기댈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 연구는 시사한다.

최한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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